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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그리고 토크

양귀자 '모순'에서 안진진의 최종 선택은 왜 나영규?

소설과 양귀자의 소설 '모순'을 읽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고, 소재가 좋았고,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주인공의 엄마와 이모, 아빠와 이모부, 주인공 남매와 이모네 자녀들, 그리고 주인공 안진진이 만나는 두명의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까지.

 

거짓말 처럼 4월 1일 만우절 같은 시간에 태어난 쌍둥이 자매 엄마와 이모, 이 둘은 결혼식도 4월 1일 만우절에 하는 우연과 같은 일을 겪는다. 같은 날짜 같은 날짜에 태어난 두 사람이지만 이들의 삶은 정반대로 진행되게 된다.

 

소설의 진행과정 속에서 당연히 안진진 가족의 삶이 더 힘들어 보이고, 억울해 보이지만 소설 후반부 이모의 선택에서 과연 어떤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행복은 어떻게 느끼는 것이며 완성되는 것일까?

 

안진진 가족의 삶은 힘들었을 것이다. 아빠는 떠났고, 엄마는 힘들게 일하고, 동생 진모는 감옥에 들어가고 등등등. 하지만 안진진은 정신적으로 건강했다. 비록 거주하는 공간(집)이 작다 할지다로 서로 부대끼고 살을 맞대고 생활을 하면 더 애뜻한 감정이 생기는 것일까? 예전 20년 전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 온 가족들이 한방에서 생활하고 자던 시절의 가족간 정이 더 컷던 것처럼 말이다.

 

반면 이모네 가족은 풍족한 생활을 누렸지만 이모는 남편과 자식들로부터의 공허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것은 자식이다. 그런 자식들이 미국에서 눌러 살 것이라는 말과 느낌을 받았을 때, 가뜩이나 긴 기다림에 지친 이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모에게는 안진진과 같은 딸이 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같은 딸. 나이가 들며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여성들에게는 살갑게 행동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모의 삶과 생활은 겉으로는 모자람 없이 보였지만 일에 열중이고 칼 같이 정확한 남편과 자신들의 삶을 찾고자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의 이모는 한없이 공허해 보였다.

 

하나 더 이야기 해보고 싶은 부분은 두 명의 남자들 중 안진진의 마지막 선택이 왜 나영규였을까 하는 것이다. 안진진은 분명 소설 속에서 김장우에게 사랑을 느낀다고 말했었다. 이것이 사랑일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소설 끝에서 그녀의 선택은 나영규였으며, 이에 대한 설명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물론 소설이기에 반전있는 결말을 위함이라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 더 곱씹어서 생각해 보면, (물론 나 개인의 생각이지만) 안진진 자신은 이모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앞서에도 말했지만 이모에게 안진진과 같은 딸이 있었으면 이모는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모와 안진진을 비교하면 안진진이 훨씬 더 성숙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근거는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 안진진의 엄마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결과를 매듭지으려 하는 성격이다. 아들의 감옥행 때는 직접 책을 사서 법에 대해 살펴 보고, 아빠가 치매에 걸려 들어 오자 또 의학책을 사서 간호하려 노력한다. 비록 작은 양말 장사,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일본어를 더해 사업을 키워보려 노력하는 성격. 진취적인 성격의 엄마의 피를 물려 받은 안진진이었기에 아무리 나영규가 자신의 이모부와 비슷한 캐릭터라 할지라도 이를 극복하고 잘 살며, 적어도 이모처럼은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닐까? 앞서 모든 캐릭터들이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을 했는데, 어찌보면 김장규는 자신의 아빠, 나영규는 자신의 이모부일 것이다. 이모부, 이모의 결혼생활에 이모 대신 안진진이라는 변수가 들어가게 될 때 펼쳐질 인생. 안진진의 삶은 고독하고 힘들었기에 이모와 다른 캐릭터의 안진진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어떤 삶이 펼쳐질 지 궁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장우와 안진진, 어찌보면 자신의 아빠와 엄마의 삶일 수 있다. 물론 세세한 성격 및 술주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부분이지만, 큰 틀인 가난한 환경이라는 설정을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안진진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당차고 건강한 여성의 모습을 더 보여주며 끝이 났다면 희망을 품었을텐데, 여러 모로 반전 결말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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